8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만큼, 편하게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였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겉으로는 대화도 잘 통하고, 편하게 만나는 사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저 혼자만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고, 대화 도중에도 반응이 무심하거나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진지한 얘기를 꺼내도 혼자만 이야기할 때가 많았고 친구는 피하거나 대충 넘기는 느낌이 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뭔가 물어보거나 제안하는 것도 조심스럽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친구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제가 더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친구가 표현이 서툴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교 시절, 친구가 어느 날 전화로 생일인데도 별로 축하를 못 받아 속상하다며 울먹였던 적이 있어요. 그날 수업이 있었지만, 구정문까지 뛰어가 케이크를 사서 전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제 감정 표현이 부담일까 고민도 했지만, 저는 그게 제 방식이었습니다.
친구는 평소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도 거의 없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어요. 물론 누구에게나 속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저 혼자만 궁금해하고 애쓰는 기분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한참 고민 끝에 제 감정을 편지로 솔직하게 전했습니다.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됐지만, 이대로는 관계가 점점 멀어질 것 같았고, 제 감정을 말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계속 오해같은 것들도 쌓여서 관계에 좋지 않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뒤 친구는 긴 답장을 보내줬습니다.
어릴 적부터 겪었던 가정환경, 인간관계에서의 상처, 표현이 어려웠던 이유 등을 진심으로 털어놓았고, 저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도 해줬어요.
그동안 친구의 입장과 마음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근데 답장을 받고 난 후에도 이상하게 속이 더 무거웠어요.
제가 보낸 감정에 대한 공감보다는 친구의 개인적인 사연 중심이었고, 결국 마지막엔 "네가 편한 대로 해"라는 식의 마무리였거든요. 이렇게 보면 제가 너무 과하고 관계에 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연들 중에 엄청 두리뭉실했고 며칠 만에 해결이 되었던 상황들이였는데 그리고 그 전에 그 상황이 8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 생긴게 아니라 번쩍하고 사라지는 듯한 일들이였는데 말이예요. 그러면서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한 건 저였는데, 다시금 선택과 책임은 제 몫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너무 허탈했고, 관계를 위해 진심을 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같았어요.
그 후 답장을 받고도 그 답장에 모순이 많고 너의 속마음과 현재의 생각이 아닌 과거의 사례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좀 그렇다며 현재 내 연락을 보고 든 생각과 너의 감정, 또한 어떻게 했으면 하는지를 생각 후 연락을 달라고 보냈지만 읽씹을 했다.
그러다가 오늘, 친구에게 빌린 담요를 돌려줘야 하기도 해서
"잠깐이라도 시간 괜찮으면 보자"며 메시지를 보냈지만, 4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이전에도 생각해보고 연락달라는 말에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또 흐지부지 넘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생각을 정리 중이라면 그렇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막연하게 기다리지 않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어떤 입장도 없이 연락이 없는 상황은 저를 점점 지치게 합니다. 지금은 정말 마음이 복잡하고, 관계가 점점 흐려지는 걸 막고 싶지만, 계속 혼자서만 애쓰는 느낌이 드네요.
이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리해야 할지…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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