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7살 3년차에 접어드는 갓 대리인 AE입니다. 입사 촡 25살 땐 회의실에서 기획안을 만들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며,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정말 좋았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구나.’ 일이 재미있었고, 저와 잘 맞는다고 느꼈고,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작년, 그리고 올해를 지나며 어느 순간부터 제자리걸음이라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기획을 맡을수록, 회의를 할수록 ‘제가 이걸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들기 시작했어요.
특히 기획이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던진 말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제 논리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제가 낸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닙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도 읽고, 제안서 들어가기 전에는 나름대로 로직도 짜보고, 부족한 점은 메모하며 보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이 오면 머리가 새하얘지고, ‘이것도 반려당하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좋은 자료를 찾아도, 제 생각이 틀렸을까 봐 끝내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꽃 행사와 관련된 프로모션 기획을 맡았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꽃 행사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플라워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는 배경이었고, 저는 ‘초대장’이라는 컨셉으로 사연을 받아 꽃을 보내는 이벤트를 기획했죠. 하지만 그건 약하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결국 내부에서 논의를 거쳐 겨우 디벨롭이 되긴 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만 있지, 전략과 어떻게 브랜딩적으로 풀지에 대한 논리적 구조가 내내 부족하다는 것을요.. 아이디어가 자유로운 만큼, 정답도 없고, 그게 오히려 저에겐 혼란이었습니다.
이제는 대리가 되어 하나의 프로젝트는 온전히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시점인데 그 기획안을 본 친한 클라이언트 대리님이 ‘실망했다’는 말을 하셨을 땐… ‘3년 동안 이 일을 했는데도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저는 정말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사수는 가끔 답답해하시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저를 괴롭히거나 함부로 대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실수할 때마다 사수가 꾹 참고 있는 걸 알겠고, 3년 차 대리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 울게 됩니다.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평생 그렇게 서럽게 우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고.
그만큼 이 일이 저를 짓누르고 있어요.
저는 대단한 커리어를 꿈꾸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제 능력껏 해내고 싶을 뿐인데 그게 안 된다는 생각이 들수록,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일까요? 어디 한 군데 크게 잘못된 것도 없고, 사내 괴롭힘도 아닌데 이런 감정이 너무 과한 걸까요?
요즘은 정말 그냥,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이렇게 하소연 남겨봅니다.
작성자 익명
신고글 3년차 AE, 아직도 기획을 제대로 못합니다. 업무가 저와 안 맞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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