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 합격후기

SK 하이티처, "사람 인(人)자의 유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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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이야기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1월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의 이야기이다. 이때 함께한 나의 아이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나의 스무살에 밝은 빛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스무살이 되어서 대학생활을 하는데 밋밋함이 없잖아 있었던 나는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학교 게시판에 커다랗게 걸린
 하이티쳐 모집 공모 포스터를 보았다. 봉사활동도 하고,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달라는 문구는 왠지 나의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해서 지원하게 된것이 감사하게도 아이들과의 100일남짓이라는 시간동안의 인연을 이어주었다.
 
 하이티쳐는 sk그룹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봉사활동중에 하나라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뿐만이 아닌 전국 단위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탄탄한
 구성력으로 이루어진 것도 놀라웠지만 그 모든 지원자가 대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하이티쳐의 모임은 굉장히 새로웠다.
새로 만나게 될 아이들에 대해 기대하던 다른 하이티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면접을 보던 그 느낌과 비슷하다면서 얼굴을 붉히던 한 봉사자 분의 얼굴이 언뜻,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파주에서 있었던 전국단위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우리는 피곤함도 접어둔 채  곧장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내가 가게 된 곳은 애육원이라는 곳이었고,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배정받았다. 1:1 수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선생님들을 모집한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럴지라도 단체는 단체.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애육원에서 또한번의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와의 첫 대면을 기다리는 가운데, 원장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인자한 인상의 원장님은 먼저 우리를 향해 깊게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셨다.
 
"먼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쑥쓰러웠다. 앉아서 절받기랄까. 그리고 이어서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먼걸음 하셨다 들었습니다. 대학생분들이 이렇게 자원봉사를 위해 나서 주시니 참 우리사회가 밝은 것 같군요.
 대학생분들이시니, 어느정도의 지성과 인격을 갖춘 분들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잘한 말은 생략하도록 하지요.."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엄숙한얼굴로 원장선생님이 침묵을 깨셨다.
 
"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에 오셔서 아이들을 가르치실때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십시요.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그누구도 불쌍하지 않습니다. 다만 좀 운이 없었을 뿐이지요. 여기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은 진지하게 아이들을 그냥 사람으로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
 
 
무언가, 내안에서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 작고 힘이 없어보이던 원장선생님의 말이 왜이렇게 나를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했는지 모르겠다.
보육원의 아이들이라고 하면 어쩐지 불쌍하고 못먹고 있을거라는 편견을 솔직히 말해 나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아이를 만나기 전에 이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불쌍하다는 눈길로 그 아이에게 얼마나 몹쓸 상처를 주었을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다른 사람들도 역시 ㄱ랬던 것일까?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했던 아이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편견이 꺠지는 말을 들은 나는 어쩐지 때가 끼고, 애정이 결여되고, 비쩍 말라 비틀어진 그런 상상속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이제 사춘기가 올법도 한 12살 소녀를 만났다. 얼굴이 자그하고 예쁜 아이였다.
이름도 예뼜지만, 그 이름대신 민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하겠다.(아이의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을 밝힙니다.)
 민희가 나를 만나서 처음 한 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선생님이 궁금해서 밖에서 흘끗흘끗 대는것을 보았는데, 민희도 그 중에 한명이었던 모양이다. 밖이 꽤 쌀쌀했는데도, 자기의 선생님이 누구일까 상상하면서 기다렸던 모양이다.
찬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서는 나는 만난 기념 겸 추위도 물리칠겸 해서 민희를 꼭 안아 주었는데 그때 민희가 이렇게 말했다.
 
"밖에는 되게 추웠는데.. 선생님은 되게 따뜻해요." 
 
아. 그때느낀 그 느낌이라는 건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 작은 아이가 내게 선생님이라고 할때 느꼈던 그 알지못할 감동은 나의 일기장에도 고이 기록되어 있다. '스무살 내생애의 최고의 감동을 만난 날'이라고.
 
 이후 매주 목요일 7시부터 9시까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나 이외에도 다른 선생님들이 피아노를 가르쳐서 우리는 잘 어울리곤 했는데, 2시간 내내 피아노를 치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어서 30분마다 한번 꼴로 10분정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쉬는 시간을 맞은 여고생들 처럼 우리가 얼마나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떠들었는지 모른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웃고 신나했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나도 덩달아 신이나서 웃고 떠들고, 가끔은 다른 방사람들이 눈치를 줄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 신나하곤 했다. 아래 있는 사진은 아이들과 듀엣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얼굴을 편집했음을 밝혀둔다.)
 
 
 
물론 우리가 언제나 즐거웠던 것 만은 아니다. 나도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잘 가르쳐서, 기왕이면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왕 배우는 피아노, 얻어가는 것이 있어서 커서도 피아노 연주를 잘 하게 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앞선것이다.
그렇지만 멋진 피아노곡을 가르치려는 내 노력은 곧, 아이들의 시무룩한 반응에 부딪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태도에 적잖게 화가나고 속이 상했다.
하루는 너무 속이 상한 내가 잠깐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너무 속상해서 심호흡까지 하면서 맘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마침 밤 산책을 하고 계시던 원장선생님과 마주치게 되었다.
 심호흡을 하고 있던 내 기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채신건지, 원장선생님은 가만가만, 여느때와 같은 인자한 웃음을 보이셨다.
 
"애들이 말을 잘 안듣지요?"
 
속마음이 들켜버린것 같아, 나는 얼굴이 불에 덴것처럼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미 들켜버린건지, 원장선생님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이야기하셨다.
 
" 사람 인(人)자의 유래를 아시요?
 사람이라는건,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 진다는 거지요.  사람간의 만남이라는게 그렇습니다. 봉사활동도, 어떻게 보면 사람간의 좋은 만남 아닙니까? 일방적으로 한쪽 사람이 준다고만 생각하면 사람인자는 한쪽 사람이 너무 커져서, 나머지 한쪽 사람이 그 만남을 지탱하기가 어렵고 힘들어지지요. 봉사활동에서 상대방보다 우월하게, 뭔가를 주겠다고 생각해버리면 그것은 사람간 좋은 만남이 되기 힘이 듭니다. 선생."
 
이런 조근조근한 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처음엔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져 버렸던 나는 점점 생각에 빠졌다.
사실그랬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배우는것은 부차적인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나누고, 이러는 과정이 어쩌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어쩐지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 가셨는지, 원장선생님은 내 옆에 안계시고, 신발까지 구겨신고 헉헉대는 민희가 내 옆에 있었다.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라서는 내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선생님 미안해요, 이제 피아노 열심히 칠게요.." 
 
내가 화가나서 가버린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런게 아니라고, 바람을 쐬러 나왔던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나도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눈물이 차오른 아이를 안고서 선생님 안갔어, 안갈게 하면서 같이 눈물을 찔끔찔끔 흘려버린 그날 밤은 내게 있어서 잊을수 없는 눈부신 밤이었고, 또 눈부신 하나의 아이였다.
 
아마 아이들과 만나는 봉사활동을 해 보았다면 알것이다.
아이들이 그 작은 손으로  내 손에 쥐어주고 도망가는 작은 선물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맞춤법에 틀리게 온 문자가 하루종일 얼마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아직 봉사활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에게 봉사활동을 권하고 싶다.
어디에선가 당신의 사람이 당신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당신에게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감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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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링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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