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청년봉사단 해피무브 자기소개서 "왜 하고 많은 나라들 중에서 하필 중국을 선택했어?"

자기소개

마지막 날 홈페이지에 지원자가 몰리니 미리미리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해피무브의 조언과 달리, 결국 나는 지금 지원 마감 마지막 날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지원서 작성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마감을 2시간 여 남겨놓은, 3시 즈음에.
나는 정말 미리 지원서를 작성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중간고사 직후 시작된 3개의 대형 조별과제에서 모두 조장을 맡게 된 터라 쉴 틈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약속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친구들과 만나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결국 이렇게 되었다.
부모님은 그런데도, 주말에 집에서만 뒹군다고 나를 핀잔한다. 용돈 타서 생활하는 주제에 주말에 시간이 남으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나를 책망한다. 그러면서 우리 땐 우리가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벌어서 대학을 다녔다고, 요즘 대학생들은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글쎄, 그게 그렇지가 않은데.
치솟는 물가, 엄청난 경제불황, 주변의 뛰어난 고스펙자들 등등 나는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남들보다 나은 남들을 따라잡고 승리하기 위해 죽어라 학점관리를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리더가 되려 노력해도 그것들이 쉽지는 않다.
해피무브 역시 쉽지 않다. 몇십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봉사단원 중 하나가 될지 사실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일단, 도전하는거다. 3개의 조별과제에서 전부 팀장을 맡은 패기처럼 이것도 그냥 해보는거다. 일취월장하게 뛰어난 내가 아니니까 도전하는거고, 언젠가 그러다보면 더욱 뛰어난 사람이 될거라고 믿을 뿐이다. 그리고 해피무브는 내 도전을 위한 도전이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원동기

왜 하고 많은 나라들 중에서 하필 중국을 선택했어?
중국에 지원서를 제출한다는 내 말에 친구들이 하나같이 던진 질문이었다. 중국은 여행도 쉽게 갈 수 있는데, 니가 가기 어려운 나라를 선택했어야지. 경쟁률 낮을 것 같아서 거기 넣은 거 아니야?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친구들이 추측한 그 어떤 이유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어학연수 시절 만났던 친구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중국엔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중국의 부잣집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공주님으로 살아가던 친구의 그 말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배경 때문에 중국이 갖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중국의 ‘부잣집 공주님’이 한 마디로 잘라 정리해버린 것은 놀라웠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그 말은 내 머릿속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았다.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는 국가이며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인 대국 중국의 이면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거대한 규모의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과,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수도에서 쫓겨났다는 빈민층이 오버랩 되면서 친구의 말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래서 해피무브에서 중국지역 봉사를 발견했을 때 '꼭 여기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의 충격적인 발언을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닌다 해도 내가 볼 수 있는 중국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봉사활동은 그 껍데기 안의 알맹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봉사경험

6개월의 어학연수 중 캐나다에서 2개월 반 정도를 살게 되었었다. 한국인과는 어울리지 않으려다보니 학원도 재미가 없었고, 딱히 할 일이 없던 그 때 나는 현지인들과 최대한 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활동을 찾고 있었다. 그 때 한 단체에서 나는 봉사활동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거긴 치매와 노환이 온 노인들이 생활하는, 일종의 실버타운 비슷한 곳이었다. 나는 매주 2번씩 그 곳에 방문해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고 그들과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 영어가 원어민처럼 탁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을 노크하고 아이스크림 타임이라고 말을 건네면, 노인들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받아갔다. 완벽하지 않은 언어 탓에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그들은 내 방문을 기다렸고 좋아했다.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고 빙고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인종, 다른 언어의 벽을 넘어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거주 기간 탓에 나는 곧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 나는 나를 뽑은 담당자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왜 나를 뽑았냐고. 그녀는 나를 뽑은 것이 그들로써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전혀 색다른 사람과 만나고 일하는 것이 노인들에게도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고, 그리고 그런 열린 마음이 캐나다의 문화라고 그녀는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캐나다에 돌아오면 다시 한번 꼭 만나자며 인사를 했다. 그 때의 경험은 캐나다의 열린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들도 나도, 잊지 못할 경험을 공유했던 일이었다.

기타경험

여러가지 조별과제, 각종 가게들을 전전한 아르바이트, 미국과 캐나다를 오간 어학연수, 아모레퍼시픽 마케팅팀과 함께한 온라인 마케팅 전략 마케터, 학교 교지를 발간하는 교지편집동아리, 그리고 지금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인 굿윌스토어의 대학생 기자단 활동까지 나름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해왔다. 그렇지만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고, 많이 배웠던 일은 작년 이 맘때 즈음 진행한 수업 내 조별과제였다. 한 학기 내내 진행해야 할 조별과제였기에 조원구성이 매우 중요했는데, 교수님의 랜덤한 조편성으로 우리 조는 한국어에 익숙치 못한 중국인 3명과 나, 그리고 한국인 언니 한 명으로 구성이 되어버렸다. 다른 조들이 5~6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실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합심해서 한 학기 내내 노력했다. 영화산업과 관련된 수업으로 영화마케팅, 국가별 영화시장조사 등 크게 두 가지 과제를 진행해야 했던 상황에서 우린 영화 시나리오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중국영화시장을 선택해서 중국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제 설문조사를 시행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A+의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의 과제는 다른 어떤 대외활동 등보다도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함께 협동하는 방법,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학기의 모든 중심이 여기에 쏠려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 때의 활동을 되새기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겐 뜻깊은 활동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