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 교수님은 참 어려운 존재입니다. 동시에 항상 자주 마주쳐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학점, 진학지도, 상담, 장학금 등 교수님과 이야기할 것이 참 많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교수님과 별다른 관계가 없거나 어려워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교수님과 사이가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대외활동으로 인한 수업 불참도 항상 양해해주셨고(별도 서류를 제출하여 행정처리를 완료한다는 전제로), 진로와 상관하여 교환학생 권유와 추천, 교환학생 귀국 후 면담을 통한 도움 등 졸업한 지금까지 안부를 여쭙고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단, 저는 코로나19 전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입니다. 현재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수업진행거나 제한적으로 대면으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럴 수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결국 전공 공부를 잘하고 좋아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학회 및 학생회 활동으로 교수님과 자주 소통하거나, 혹은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거나 교수님 전공에 관심사를 피력하며 친해지려고 애쓰는 경우를 보게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교수님의 눈에 드는 것은 전공공부를 정말 잘하거나 열심히 하거나, 외국어 및 콘텐츠 제작 등 특이한 이력과 능력이 있는 경우였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뭐든지 좋아하고 열심히하는 행동과 성취를 가진 학생을 좋아했지, 앞에서 나서는 학생들의 품행은 그다지 큰 변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마치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꾸준히 절실하게 성취를 이룬 덮죽사장님이 큰 호평을 받는 것처럼, 교수와 학생관계도 결국 친밀이 아니라 우직한 성취와 자세가 크게 좌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쇼윈도 질문을 하지 말고, 언변에 기대한 발표를 하지 말자
바로 그래서 학생회나 학회 자체에 큰 방점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본인이 학회나 학과화동이 맞다면 열심히 해서 본인의 성취를 만들면 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데, 교수님과의 관계나 학교생활 때문에 굳이 억지로 학회나 학과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이른바 쇼윈도질문(이게 한국어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말 모르겠는데, 굳이 한다면 과시성 질문 정도가 되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정말 궁금하거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도 아니면서, 굳이 알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지나치게 빈번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알고 모름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빈번하게 반복되다 보면 교수에게 자신을 피력하고 싶은 그 의도가 드러나거나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그대로 드러내는 꼴이 되버러립니다. 정말 궁금할 때 질문하고, 그런 질문의 빈도가 많아지고 농도가 짙어져야 비로소 사제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일환으로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표 자체를 어색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거나 주어진 주제로 발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또 그것대로 문제가 생깁니다. ‘말만’ 잘하는 것입니다. 능숙한 언변에만 기대 알맹이도 없고, 나름대로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해보려는 자세가 없다면 그 발표는 한 번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조금 서투르더라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태도가 단순히 교수님과의 관계, 학점을 떠나 진로 설정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전공에 관심이 없다면 하고싶은 것이 분명하면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을 그대로 하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공이 자신에게 맞아야 합니다. 저는 역사를 전공했는데, 읽고 쓰는 것을 반복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고 역사 자체도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정말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때 억지로 본인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전공에 관심이 없음을 인정하고 다른 관심사를 찾아 진로를 개척하면 됩니다.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하다못해 전과까지 모든 방법은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고민하며 선택한 여러분의 진로가 교수님에게도 주요한 예시가 됩니다. 모든 학과생들이 학과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고, 반수와 전과의 비율도 꽤 되기 때문에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가, 그 선택 후 학생이 본인의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도 교수님에게 주요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겪은 어려움을 공유하며 교수님과의 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습니다.
4. 솔직하게 다가가자. 그분들도 결국 우리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님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솔하고 솔직하게 행동하고 대화하자는 것입니다. 무언가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지 말고 그냥 하던대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져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물꼬가 트이고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샌가 교수님과 자주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제 지도교수님과 학과장님을 대학교 3학년이 되서야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서로 안면만 있을 뿐 대화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민하며 이룬 제 성취를 듣고 교수님이 먼저 관심을 갖고 후배들과의 술자리를 주선해주실 정도로 꾸준히 교수님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분들도 자녀를 둔 부모님의 마음으로 무언가 묵묵히 잘 하고 있는(혹은 잘 할 것 같은) 학생에 대한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생들은 바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다 보면 결국, 아부하지 말고 당당하게 필요한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졸업 후에도 연락을 종종 하며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지요. 코로나19로 학교생활은 물론 교수님과의 관계도 단절된 지금입니다. 온라인 수업이지만 꼼꼼하게 수업을 듣고, 수업을 들으며 전공, 직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며 목표를 그려나간다면 어느샌가 여러분도 교수님과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이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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