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청년봉사단 해피무브 / 3기 / "불합격과 합격 : 20대, 도전없는 삶은 향기없는 꽃이다"

3기에 최종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나서 나는 재빨리 문자보관함으로 갔다.

그리고 저장되어 있는 한통의 문자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어주었다.

그 한통의 문자는 내 생일에 도착한 2기 서류심사 불합격문자였다.

‘이렇게까지 친절을 베풀어가며 좌절감을 안겨줄 필요는 없잖아?’ 라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합격문자와 합격문자를 함께 저장하며,

‘20대. 도전없는 삶은 향기없는 꽃이다.’ 라고 정의해본다.

출국 전 날씨와 여진, 신종플루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부모님, 친구들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을 꺼라 말했지만

정말 한 개도 겁이 안난 사람이 있었을까? 미간을 찌푸려가며 밤늦게까지 심각하게 읽어 내려간 정보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시간에 봉사현장에서 무엇을 하면 더 좋을지 찾아보는 게 현명했을 것 같다.

그리고 오티 때 처음만난 우리 팀원들.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도 함께하는 사람과 어색한 사이라면 그것들도 순식간에 어색하게 바뀌어버린다.

열흘간의 봉사를 마치고 뿔뿔이 흩어진 지금.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고, 그대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디에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고 매일매일 팀원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느꼈다.

(너무 극찬하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다만 아마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집을 지으러 간다기에 집을 한 채 다 짓고 오는 줄 알았다.

지붕의 마지막 한 장 벽돌은 꼭 내가 올리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은 비행기에서 냉큼 던져버려야 했었던 것을 현장에 도착해서 절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벽을 쌓기 위한 벽돌을 운반하는 일과 집이 올라갈 자리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으나 기계적으로 전달되는 벽돌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 놓고 정줄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곡괭이질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 여자팀원들, 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일을 더 시켜준 팀원오빠들. 하지만 힘이 들 땐 너도나도 달려와서 도와주는 팀원들이 있어서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비록 집 한 채를 다 짓고 오진 못했지만

서로의 마음속에는 이미 근사한 집에서 웃고 있을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을꺼라고 믿는다.

지역사회 문화교류시간에 우리 팀은 난타와 운동회를 준비했다.

난타는 PT병과 부채, 소고로 공연을 했고, 운동회는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했던 프로그램들로 만들어봤다.

달려가서 엉덩이로 풍선 터트린 후 과자 먹고 돌아오기, 박터트리기, 한복 입고 폴라로이드 사진찍기로 구성했는데 박터트리기 때 필요한 콩주머니는 봉사현장에서 구멍난 장갑들을 뭉쳐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박터트리기였다. 박에는 사탕을 한가득 담아놓았었는데 사탕이 눈처럼 떨어지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복입고 사진찍기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셨다.

정말 정신없었지만 문화교류가 끝나고 우리는 웃었다. 그냥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주고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루 종일 사진만 보고 있다. 사진속의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있었다.

‘꿈 같았던 10박 11일’ 이런 달콤한 꿈이 또 어디에 있을까.

머릿속에 뒤엉킨 이 많은 느낌들을 글로 적어내기에는 내 언어능력의 한계가 너무 아쉽다.

아직 도전하지 못한 그대라면 꼭 도전해야할 만한 경험이고, 이 느낌을 아는 그대라면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해피무브_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