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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펙 |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 20대 후반 군필 남자
● 미국 상위권 대학 경제학 전공, 학점: 4.0/4.3
● 금융 관련 없는 동아리 2.5년
● 자격증: 투자자산운용사, CFA Level 1, 워드프로세서 1급
● 언어: TOEIC 990점
● 인턴 경험 2회 (연구원, 컨설팅)
사실 엄청 특출난 스펙은 아니다. 특히, 금융 관련 대외활동 경험이 없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비교적 늦게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삼게 돼서 외부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우리 학교 기업분석 동아리에 지원했을 때, 신입 멤버는 2학년까지만 받는다고 바로 입구컷 당했었고, Financial Modeling 클럽은 비즈니스 Fraternity 출신들끼리 다 해 먹는다는 소문 듣고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고 대외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식적 내공 + 자격증으로 채우기 위해 학점관리와
CFA / 투운사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자소서에 쓸 내용은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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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류 전형 |
무난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원동기, 입사 후 희망업무, 장래포부 등등 여느 회사 자소서 형식에서 찾을 수 있는 항목들...하지만 오히려 그게 함정이 아닌가 싶다. 뇌피셜이긴 하지만 나는 미래에셋이 이렇게 단조로운 주제들을 선정한 이유가 "평범한 질문을 얼마나 색다르게 접근할 것인가?"를 시험해 보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 자주 등장하는 질문 set이기 때문에 분명히 타 회사 자소서에 썼던 내용 그대로 ctrl + c, ctrl + v 했을 지원자분들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신중히 접근했다. "비슷비슷한 답변들 중에 어떻게 하면 내 자소서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미래에셋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끊임없이 하면서 수십 번 넘게 글을 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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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차 면접 (실무진 면접) |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서류 전형 합격은 정말 자신 있었다. "미래에셋 맞춤형 자소서"에 갈아 넣은 시간과 노력을 인사담당자님들께서 분명히 알아주실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몇 백 개의 자소서를 읽어보신 베테랑들로서 인사담당자님들께선 내용을 대충만 훑어보셔도 이 지원자는 우리 회사에 진심인 건지, 무작정 한 번 찔러본 건지 감이 오신다고 한다. 나는 자소서의 모든 항목에서 미래에셋을 향한 구애를 펼쳤기 때문에 걱정되진 않았다. 다행히 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판명됐다ㅋㅋ
너무 일찍 도착해서 로비 앞에서 30분 대기...
혹시라도 면접 당일 긴장해서 배 아플까 봐 전날 점심부터 소화하기 편한 죽만 먹었다 ㅋㅋ 그리고 절.대.로. 오전 9시 면접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8시 15분쯤 미리 1층 로비에 도착해 있었다. 로비에서 서성거리며 1분 자기소개를 중얼중얼 연습하니 안내 데스크 직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ㅋㅋㅋ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엘베를 타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층으로 올라갔다. 오피스 내부는 굉장히 차분하고 깔끔했다. 너무 조용해서 내 쿵쾅 거리는 심장소리가 뚜렷이 들릴 정도였다. 긴장되는 대기 시간 동안 같은 조 지원자분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떨리는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면접 시간이 다가오자 인사팀 직원분께서 긴장감을 풀어주시려고 친절하게 면접 형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고 곧이어 면접장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총 다섯 분의 면접관님께서 엄중한 자세로 앉아계셨고 그 앞에 나를 포함 총 3명의 지원자가 자리했다. 압박 질문은 거의 없었으며 대체로 "미래에셋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글로벌 경영이 뭐 하는 부서인지?" "금융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 보시려고 했던 것 같다. 또한 영어 회화 능력 검증도 한차례 하셨다. 예상 질문 리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정석적인 면접 전형이었어서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이나 대답을 못한 질문은 없었다. 다만 지나친 긴장 + 부족한 면접 경험 때문에 준비했던 것보다 못 보여드려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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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차 면접 (임원면접(최종면접)) |
1차 면접과 2차 면접 사이에 설 연휴가 껴 있어서 2차 면접 일정이 늦게 발표됐다. 2차 면접하기 앞서 인적성 검사를 채용 홈페이지 통해 했었는데, 그냥 무난한 MBTI형 설문조사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하고 일관적이게 대답해서 별 탈 없이 통과했다.
대망의 2차 면접. 대표이사님과 글로벌 경영 부문 장님 두 분께서 면접관 맡으셨고 나를 포함 총 4명의 지원자가 한 조가 되어 진행되는 2대4 전형이었다. 1차 면접과 달리 물도 구비되어 있었고 훨씬 탁 트인 사무실에서 면접을 봤다. 2차 면접은 대체로 회사와의 fit을 보기 위한 자리라는 소문을 많이 들어서 사실 인적성 위주의 질문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1차 면접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실무적인 질문을 많이 하셔서 당황했다. 특히 금융 지식 관련 변화구를 하나 날리셔서 처음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계속 어버버 거리는 것보다 솔직하게 무지함을 고백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아직 내공이 부족해 합당한 대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고 했다. 사실 금융권 취준생이라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었다고 본다. 나도 면접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어보니 답변 하나가 떠오르긴 했다. (왜 항상 이런 건 끝나고 나서 답이 생각 나는지 모르겠다ㅠㅠ) 하지만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드리지 못한 내 탓이다. 여전히 내 지식적 배경이 많이 얕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성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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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취뽀 + 앞으로의 길 |
개별 질문 하나를 통째로 날려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질문들을 양호하게 대처한 덕분이었는지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을 받아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대학교 3학년 때 금융권 취직을 목표로 삼게 된 이후, 줄곧 내 원픽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격하다니...
이메일 여는데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던지...미래에셋자산운용만 바라보고 취준 과정에 임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합격 소식이다. 돌이켜보니 엄청난 도박수를 둔 것 같긴하다ㅋㅋ 통상 취준생이면 여러 회사에 지원하는 게 합리적인데, 나는 오롯이 미래에셋에만 전념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내 영혼을 갈아 넣은 자소서와 면접에서 미래에셋을 향한 진심이 느껴지셨나 보다.
새해 다짐 중 하나가 미래에셋 입사였는데 운 좋게 이른 시기에 대형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남은 2022년 계획은:
● 30대 되기 전에 몸 만들기
● CFA Level 2 시험 준비하기
● 빅데이터 분석 기사 11월 시험 준비하기
● 녹슬었던 엑셀/파포 실력 가다듬기
● 틈틈이 VBA + Financial Modeling 배우기
● 다양한 사람들 만나보기
● 책 한 달에 한 권씩 읽기
물론 목표한 바를 다 순조롭게 이루긴 어려울 것이다. 항상 그래왔지만 가끔 귀차니즘이 찾아오기도 하고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목표를 최대한 원대하게 세워놔야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2022년을 기분 좋게 스타트 끊었으니 앞으로 남은 9개월도 열심히 살며 한 걸음 한 걸음 더 성장하고자 한다.
인터뷰 - 앤트맨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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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링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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