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말 잡힐 것 같던 합격은
어제부로 또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살다보면 뭔가 잘 될 것 같은 기운이라는 게 있다.
그동안의 노력과 생각, 살아온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도움, 긍정적인 에너지 등이
이 순간을 위해 모이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다.
이번 동서식품 전형과정이 그랬다.
그래서 사실 기대도 많이 했다.
기업을 공부하고 전형을 준비하면서
기업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겼고
정말 회사를 위해서 내 강점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덕분에 면접에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많이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또 다음 해를 준비하게 되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하고 마음이 힘들지만
이미 일어난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나에게 맞는 곳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련다.
하반기 취준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부족한 점은 더욱 보완하고
배웠던 점은 더욱 나만의 무기로 만들 수 있도록 절차탁마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단순히 취업준비생으로서 직장을 구하고 취업을 한다는 관점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
비록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한다.
동서식품 재직 중인 학교 선배와 동서식품 마케팅 현직자분,
영어면접용 영문 CV와 커버레터를 첨삭해준 외고 친구들 등
씁쓸한 기억이 되어 잊고 싶지만
지난 과정을 다시 똑똑히 복기함으로써
앞으로 더 힘을 내기 위한 양분으로 삼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동서식품 채용 전형 과정
서류 > AI역검 > 실무진면접 > 임원면접 (영어면접 포함) > 채용신체검사 > 최종합격
1. 서류 |
기대와 달리 올 하반기 채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혹독했다.
고민 끝에 희망하게 된 식품 업계와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영역을 확장해서 카드 회사도 넣어보고 다양하게 지원했다.
하반기에 맨 처음 지원했던
카카오모빌리티와 신한카드에서 연달아 서류 합격하는 것을 보고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지만,
하필 첫 끗발이 개 끗발이었다.
9월 말 동서식품 채용공고를 확인했지만, 희망하던 식품 업계임에도 처음에는 사실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고삼동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취준생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인데다,
동서가 '동문 서울대'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벌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내 처지에 그런 거 따질 여유가 있나 싶어 내보기로 했다.
지원 직무는 어김없이 마케팅이었다.
간단명료한 JD가 불친절하게 느껴졌지만
직무 분석 및 조사, 현직자 인터뷰를 통해 결국 PM 역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 문항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1번 4번 문항에 좀 더 공을 들였다.
자기소개서 문항
1. 자신의 성장과정을 기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순).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상세히 기술하여 주십시오.
->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 및 삶의 목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중점으로 성장과정을 서술했다.
2. 본인의 어떠한 점이 동서식품의 인재상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술하여 주십시오.
-> 성과를 냈던 필살기 경험들을 떠올려보고, 동서식품 인재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경험을 골랐다.
단순히 '나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인재상에 적합해요' 라고 끝내기보다
인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나만의 배운 점을 덧붙였다.
-> '나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인재상에 적합해요' (X)
'나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인재상에 적합하고, 이 경험을 통해 이런 것을 배웠는데 이게 인재상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O)
3. 동서식품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이며, 왜 자신을 채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 직무적인 관점에서 회사 지원동기를 쓰려고 했지만, 글자수를 줄이는 것이 도저히 쉽지 않아서 가치관 관점에서 서술했다.
-> 직무 강점과 근거 경험을 서술하면서 이 강점이 직무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 짧게나마 덧붙였다.
❗실제로 임원면접에서 자소서에 썼던 지원동기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본인이 쓰신 자소서 지원동기랑 마케팅 직무랑 어떤 연관이 있죠?
4.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는 무엇이며,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기술하여 주십시오.
-> 내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을 맨 처음에 인용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와 가치관을 밝혔다.
이와 함께 관련된 경험을 서술하고 행복의 정의를 회사와 연관지으면서 끝마쳤다.
❗실무진 면접에서 어쩌다가 면접 내용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그때 면접관분께서 내가 쓴 시를 짧게나마 언급하셨다.
❗실제로 임원면접에서 인용한 시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는데, 해당 시의 다른 구절을 읊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냥 어디서 배낀 건 아닌지 확인 차 질문하셨는데 다행히 다른 구절도 외우고 있어서 잘 넘겼다.
⭐ 느낀 점: 자기소개서 아무렇게나 쓰지 말자.. 면접에서 다 물어본다..
서류 N연탈하는 와중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붙었다.
'생활 속에 향기를 드리는 기업'이라는 기업 슬로건처럼
자소서에 향기(?)가 느껴지는 지원자를 뽑는 것 같았다. (내 뇌피셜이다)
직무 얘기만 주구장창 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문학적인 감성과 인간적인 면모가 묻어나는 그런..?
2. AI 역검 |
AI역검은 잡다 신역검이었다.
짧게나마 한줄평을 남겨보자면
역대 쳐본 AI역검 중 가장 길고 기빨렸다.
특히 영상면접 질문 수가 상당히 많았다.
기본 질문들 꽉꽉 채워서 물어보는데다 사전에 대비하기 어려운 깜짝 질문까지 있었다.
잡다로 연습을 세 번정도 충분히 하고 역검에 응시했다.
본 게임에서 다행히 컨디션이 좋았던 덕분인지
도형 회전하기, 길 만들기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이 푸는 게임의 경우 역대로 가장 많이 풀었다.
N-back은 노하우가 생겨서 이제 절대 안 틀린다.
(사실 노하우고 뭐고 이젠 좀 AI역검 그만 보고 싶다)
* 참고로 인성검사(나 알아보기 등)에서 너무 빠르게 선택하면
검사 결과가 불안정으로 나오니 주의하자.
적당히 몇 초 고민하는 척하고 선택하기.
드디어 면접을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3. 실무진 면접 |
AI 역검 결과가 나오고 실무진 면접까지 한 8~9일 정도 있었다.
동서식품은 그래도 AI 역검뿐 아니라 면접도 준비할 시간을 넉넉히 주는 편이라 좋았다.
AI 역검 결과가 나오고 면접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혹시 몰라서 역검이 끝난 시점부터 면접을 미리 준비했다.
역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기업 조사 및 분석과 함께 산업/직무 공부를 하는 데 힘을 쏟았다.
* NCS에서 직무 관련 학습자료를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취준생이라면 평소 이걸 잘 활용해보도록 하자.
이론적인 부분부터 직무 공부하기에 유용한 것 같다.
NCS 자료와 마케팅 전공책을 기본 베이스로 깔되,
제한된 시간에 모두 독파하려기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따로 챙겨봤다.
손익 지표를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하는 마케팅 PM에게
어느정도 재무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부족함을 느꼈던 나는
가격 결정 전략, 원가 산정방법, 손익분기 계산법,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마케팅 전략 등을 살펴봤다.
(혹시 면접에서 물어볼까봐..)
다행히 역검에 합격해서 면접 준비를 쭉쭉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전에 하던 직무 학습은 좀 내려놓고 산업 및 기업 조사/분석 + 나만의 인사이트 정리에 집중했다.
계획도 미리 짜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취업하려고 회사를 조사하고 분석하기보다
그냥 '이 회사를 한번 좋아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현재 이 회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 풀어나가야할 과제를 도출해보고
마케터이자 PM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뾰족하게 다듬어나갔다.
또한 나에게 들어올 수 있는 유력한 질문 (교육 업계에 있다가 왜 식품 업계로 전환? 퇴사 이유?)이나
직무 관련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생각하는 데에도 애를 좀 썼다.
면접 일정이 나오고 다음날에는 이마트에 시장조사를 나갔다.
동서식품이 운영하는 브랜드와 출시하는 제품이 새삼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카누 매대에 상주하시는 여사님께 카누 캡슐 커피를 얻어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직원분들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봤다.
집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새로운 발견도 할 수 있었다.
MZ 입맛에 맞춰 최근 새롭게 출시한 맥심 슈프림골드도 하나 챙겨왔다.
이후 면접을 준비하면서 대학교 학회 연락망과 친한 형을 통해
동서식품 영업관리에 재직 중인 학교 선배와
동서식품 마케팅 현직자분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회사/직무/산업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정말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았는데, 시간 내주셔서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했다.
면접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면접 장소는 일산 킨텍스였다.
아침에 면접이 있어서 대구에 사는 나는 전날 미리 상경하여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또 3호선 종점 대화역까지..
전날 참 머나먼 여정을 했다.
면접 정장은 대구 희망옷장을 통해 무료로 대여했다. (세탁비 별도)
당시 같은 타임에 예약한 다른 남자분도 있었는데,
그 분도 마침 서울로 면접을 보러가서 동대구역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행했다.
담배도 빌려주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생수도 사다주신 고마운 분이다.
기차 시간이 달라 헤어지기 전에 통성명을 하고 서로 건승을 빌어주었다.
그 분은 꼭 좋은 결과를 얻어 최종합격하셨길 빈다.
면접은 하루동안 오전/오후로 나눠서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면접 방식
면접은 두 번 진행되었다.
1) 첫번째 면접: PT 발표 + 40분 면접
2) 두번째 면접: 40분 면접
일정에 따라 두 면접을 연달아 보는 팀도 있고, 두 면접 사이에 쉬는 시간이 있는 팀도 있었다.
두 면접 모두 면접관 2명 : 지원자 3~4명으로 다대다 면접이었으며,
면접관분들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하셨고,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주의 깊게 들어주셨다.
PT 발표 주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창의성과 논리성을 보는 듯 했고,
질문은 공통질문과 개인별 꼬리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면접 분위기 자체는 편안했는데,
PT 발표도 있고, 면접도 두 차례 보는 데다 난이도 있는 냉철한 질문도 가끔 훅 들어와
쉽지만은 않은 면접이었다. '편한 분위기의 쉽지 않은 면접'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나름 세운 전략은 실무진 면접인만큼
직무 및 업무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 및 생각,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뚜렷하게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전략이 잘 통했던 것 같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억력 이슈로 했어야 할 말을 일부 하지 못해
일부 답변은 조금 두루뭉술하거나 설득력이 약하게 들릴 수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면접이 끝나고 바로 내려가기 아쉬워서
서울에서 하룻밤 더 묵었다.
동서식품이 운영하고 있는 한남동 맥심플랜트에도 한번 들러봤다.
결과는 굉장히 빠르게 나왔다.
화요일에 면접을 봤는데 그 주 금요일 오후에 결과가 나왔다.
면접 결과 나왔다는 문자를 보고
떨려서 한 20분 넘게 채용 사이트에 못 들어가고 있었는데,
곧이어 임원면접 일정 확인하라는 문자가 날라와서
의도치 않게 기분 좋은 스포를 당했다.
4.임원면접 |
실무진 면접 결과가 나오고
임원면접까지 시간은 거의 2주나 주어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임원면접은 외국인 부사장과의 1:1 영어면접을 함께 보게 되는데,
이 때 필요한 영문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했기 때문이다.
영문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에는 한 5일 정도 주어졌다.
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어찌어찌 다 쓰고,
외고 친구들 중 외국계를 다니거나 다닌 경험이 있는 직장인 친구들에게 첨삭을 부탁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갑작스럽게 부탁했음에도
꼼꼼히 첨삭해준 지민과 형욱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출장 때문에 바빠 비록 직접 도와주지 못했지만 윤환이도 고맙다.
그런데 영문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는 뭐 어찌어찌 썼는데,
사실 제일 큰 걱정과 부담은 영어면접이었다.
외국인과 프리토킹했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정말 학교 다닐 때 평소에 영어 공부 좀 해놓을 걸 하는 후회가 막 몰려왔지만,
뭐 지금 와서 어떡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스피킹 자신감을 찾고 말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었다.
실무진 면접이 끝나고 난 뒤 한동안 불 꺼져있던 스픽에도 매일 출석 도장 찍었다.
임원면접 일정이 나오고 난 뒤에는 시중 영어 회화 서비스를 둘러보면서
체리피커마냥 무료 or 일일 체험만 골라서 튜터링을 진행했다.
링글에서도 4천원 내고 튜터링 체험하고,,
이름 비슷한 링고라? 라는 데도 써봤다.
외국인 튜터랑 총 한 3~40분 대화했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외국인이랑 최근에 대화해봤다'라는 것만으로도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이거랑 같이 임원면접 대비용 인성질문들도 보충해서 준비하고,,
영어면접용 답변도 준비하고,,
지금 돌이켜보면 일정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준비한 것에 비해 막상 면접에서 십분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서 또 임원면접 당일이 되었다.
실무진 면접 때처럼 전날 미리 올라와서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나는 면접 당일 밤을 샜다.
조금이라도 눈 붙이려고 했는데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아 1시간 넘게 잠을 설쳤고,
준비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냥 아예 밤을 새버렸다.
불안과 걱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속해서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정말 애를 썼다.
당일 아침에 오늘 면접 정말 망하는 줄 알았다.
전날 여정에 대한 피로 + 밤샘으로 준비했던 답변이 갑자기 기억이 안 나기 시작하고
입도 자꾸만 꼬여서 정말 큰일나는 줄 알았다.
오밤중 난리부르스를 뒤로 하고
그래도 꽤 괜찮은 컨디션으로 숙소를 나설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면접장에 갔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힘차게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다.
면접 방식
면접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임원면접 40분과 영어면접 6~7분
면접 순서는 팀마다 조금씩 다르다.
나의 경우 임원면접을 보고 곧장 영어면접을 진행했다.
긴장과 입이 풀리고 영어면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최종 임원면접을 보는 마케팅 직무 지원자는 나 포함 총 10명이었다.
아마 최종적으로 3~4명이 뽑혔지 않았을까 싶다.
<임원 면접>
임원(부사장 4, 사장 1)과 지원자 3~4명 다대다 면접이었다.
결론적으로 너무 긴장했다.
보통 나는 면접에서 크게 긴장하는 편은 아닌데 이날은 유독 긴장을 많이 했다.
부드럽고 유할 것이라는 인사담당자님의 예고와 달리 면접 분위기는 딱딱했다.
나만 긴장한 것이 아니라 같은 팀 다른 지원자들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는데
오죽하면 임원분 중 한 분이 이 팀은 유독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리고 답변이 길어진다 생각하면 끝까지 듣지 않고 바로 자르셨다.
<영어 면접>
일반적인 면접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평가를 하는 방식이었다.
면접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오픽이나 토스를 공부해봤으면 큰 무리없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첫 질문부터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여서
조금 당황했지만 준비했던 질문이라 스타트는 잘 끊었다.
그 뒤에는 일상적인 질문 + 생각을 묻는 질문이 번갈아 나왔던 것 같다.
면접비는 거주지 고려해서 넉넉하게 준다. 대구 사는 나는 12만원을 받았다.
면접이 다 끝나고 나오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걱정했던 것보다 잘 본 것 같은데?', '괜찮은 것 같은데?' 였다.
후련함과 동시에 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약간의 만족감도 있었다.
이번 임원면접에서의 나의 전략은
임원면접인만큼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나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솔직하게,
직무 및 회사에 대한 진정성과 나만의 생각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꽤 잘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1도 부질없지만, 내가 생각했던 나름의 합격 시그널은 다음과 같았다.
- 브랜딩 관련 질문에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차분히 답하고 난 뒤, 한 임원분께서 내 답변에만 '잘했어요'라고 덧붙이셨다는 것.
- 개인 질문을 나에게 많이 던졌던 것
- '고집 있으신 편이죠?'라는 질문에 머리 굴리지 않고 솔직하게 '있는 편이다' 라고 답했고, '솔직하네' 하며 웃음을 보이셨던 것. (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탈락의 요인 중 하나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키는 것 잘하고 말 잘 듣는 직원을 선호하는 듯한 회사 분위기와 특성을 고려해서 거짓으로라도 고집 없는 편이라고 꾸며냈어야 했던 걸까..)
-그 밖에도 나의 가치관, 회사에 대한 로열티나 나만의 생각을 일관되게 잘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결국 떨어졌다.
예비 번호도 있었다는데, 예비합격조차 받지 못하고 깔끔하게 불합격했다.
임원분들에게 나는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분명하게 나뉘는 지원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불합격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임원분들 입장에서는 내가 기업과 결이 조금 달라서, 기업과 맞지 않아서
2. 긴장한 티가 많이 났다: 실제로 답변 도중에 머릿 속이 하얗게 되며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죄송합니다'하고 3초 동안 정적이 있었다. 겨우 정신줄 붙잡았고 뒷내용도 잘 마무리했지만 이게 그분들에게 크리티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3. 고집있는 지원자로 보여서: 앞서 언급했지만, '고집 있는 편이시죠?'에 솔직하게 답했지만 회사는 고집있기보다는 시키는 것 군말 없이 잘 따라하고, 말 잘 듣고 잘 융화될 수 있는 지원자를 원했던 것 같다. 마케터로서 가져야 하는 소신, 신념에 대한 고집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었겠으나, 임원분들의 눈에는 회사 생활을 하며 걱정될만한 요소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다.
4. 알고보니 영어 면접을 잘 못 봤다: 최종 면접은 임원면접과 영어면접 점수를 합산해서 점수가 매겨진다고 했다. 나는 영어면접을 잘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외국인 부사장 입장에서 '말은 통하는데 업무 수행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실제로 현직자분의 말에 의하면 마케팅 직무는 영어 쓸 일이 꽤 있고, 회의 자료 영어 병기 및 회의 동시통역도 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나의 영어 실력은 나쁘지는 않지만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5.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판단: 특정 임원분들은 답변이 길어진다 싶으면 바로 자르셨다. 임원 면접에서는 아무래도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면접 전 인사담당자분들이 OT에서도 실제 주의 주셨던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 질문 중 하나를 답하다 도중에 컷 당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답변이 늘어지긴 했다. 핵심만 딱 전달하지 못하고 말이 길어진다면 임원분들 입장에서는 업무 중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6. 학벌이 좋지 않아서: 이건 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네.
사실 좋은 점만 있어도 붙을까 말까한데,
나 스스로도 떠오르는 아쉬운 점이 있는데 임원분들 입장에서는 오죽했을까 싶다.
아쉬운 점들이 있긴 했지만,
회사와 직무에 대한 진심이 잘 전달되었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원분들은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시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아쉬운 점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최종탈하고 12월 네이버 운세를 한번 봤는데 쓸데없이 정확하다.
내가 지금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좀 높은 곳을 바라보면 안 될까?
이렇게 두 달 반 정도의 전형을 끝마쳤다.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불합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솔직한 심정으로 마음이 좀 안 좋다.
좀 지치기도 했다.
2023년 초봄 퇴사했던 나는 한 해를 보냈고,
어느덧 또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힘들지만 다시 조금씩 힘을 내보겠다.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오기로 이겨내보겠다.
취업준비 때문에 한동안 내려놨던 헬스도 8개월만에 다시 시작해보련다.
그동안 몸이 많이 망가졌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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