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곳에서 제작PD로 일하고 있는데

영상 제작 좆도 모르는 아저씨들이 상사임 (영업 뛰고 마케팅 하시는 분들)

 

사업 수주 받은 홍보영상을 앞으로 레귤러로 제작할 캠페인 광고로 엮는 것까진 괜찮은데

계속 제작할 캠페인이라면 컨셉은 어떻게 잡고 어떤 과정으로 제작할지

제작진들 구성해서 회의를 먼저 해야지

 

냅다 익일까지 스토리보드랑 시나리오 써와라 하지 않나

클라이언트가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제작 기간을 한 달도 채 안 받아오질 않나

 

직속 상사도 안 거치고 다이렉트로 부르더니

제작에 관련한 조언은 못해줄 망정 무조건 잘 만들어야 한다고 부담이나 주지 않나

 

그렇다고 직속 상사가 그거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아

 

다른 프로젝트 하던 도중에 이거 갑자기 들어온거라 바빠 뒤지겠는데

말로만 바쁜 거 걱정하면서 은근히 지가 해야 할 잡일들 짬 존나 때림

 

클라이언트쪽도 좆같아 말로는 제작하는 사람 의견 존중한다면서

의견 내는 족족 다 묵살시키고

무리하게 내용 첨가해달라 하다가 결국 RT(러닝타임) 넘겨서 일 여러번 하게 만들고

 

상사들은 이런 것들 커버는 못쳐줄 망정 어린 PD 혼자 그거 다 쳐맞게 방치하고

 

결국 카메라만 감독님이 잡고 타이틀만 디자이너님이 만들었지

연출, 시나리오, 스토리보드, 예산 품의, 로케이션, 편집 혼자 다 준비해서 1차 납품했는데

 

회사 내외부 양쪽에 껴서 온갖 훈수질 다 쳐맞아가면서 일하니까

그동안 존나 스트레스 받은 게 생각나서 다 죽여버리고 싶음

 

1차 납품하니까 이 프로젝트랑 관련 없는 다른 팀 부장은 메일에 참조 붙어서

영상 한 번 보더니 이미 다 제작 완료된 영상 가지고 어떻고 저떻고 훈수질이네

 

영상 제작 일 하고 싶은 친구들은

사수가 있어 배우고 성장할 수 있고, 젊은 분위기의 회사를 꼭 가렴

 

나처럼 보수적이고, 사수 없이 혼자 일하고, 제대로 된 제작 체계도 없는 회사 말고.

 

나도 이 회사 탈출하려고 열심히 이직 준비 하고 있어ㅜ

 

다 쓰고 보니 너무 욕을 많이 했네 불편한 친구들은 미안하다

이 프로젝트 하면서 너무 쌓인 게 많아서 여기서라도 풀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