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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자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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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지거국을 졸업한 후 현재 학연과정으로 연구소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제 성향이 연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애초에 대학원은 제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공대 성향도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이 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공학 박사이시고 연구가 체질이신 분입니다. 기업에 가서 워라벨 없이 일하는 것보다, 아버지처럼 학위를 더 취득한 뒤 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낫다고 대학 4년 동안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취업문도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었고, 결국 아버지의 커넥션이 있는 분 밑으로 급하게 학연과정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학연과정 연구소라면 수준 높은 사람들이 많고 박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유일한 석사 동기인 오빠는 PPT를 꾸밀 줄도 모르고, 사진 크기 조절이나 보고서 작성 경험도 거의 없으며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합니다. 저를 제외한 모두가 낮은 지방 사립대 출신입니다. 현재 랩실 구성은 박사과정생 1명과 석사과정생 4명(저와 동기 포함)입니다. 박사과정생이 한 명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구조입니다.

연구소 특성상 다른 랩실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고, 전체 인원은 약 10명 정도입니다. 그중 제가 유일한 여자입니다. 남자들 사이의 질서와 문화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 분위기가 저에게는 상당히 버겁게 느껴집니다. 사무실 환경 자체는 쾌적하고 탕비실도 갖춰져 있습니다. 첫 회식때도 저에게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었을텐데 왜 여기로 왔냐고 모두가 물어봅니다. 저는 이곳이 낮은 곳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ENFP 성향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입니다. 하지만 연구실 사람들은 대부분 필요한 말만 하고 대화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연구소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10분 정도 떨어진 다른 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합니다. 저는 식사를 천천히 하는 편인데, 초반에는 같이 먹다가도 아무 말 없이 먹는 시간이 너무 숨막히고 다들 너무 빨리 먹어서 지금은 따로 혼자 밥을 먹고 있습니다.

출근도 쉽지 않습니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 택시로는 5분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정류장도 멀고 버스를 타고 총 40분 정도 걸립니다. 연구소는 도심에서 많이 떨어진 외곽이라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식사할 곳도 없습니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날씨가 춥거나 눈이 오거나 더워도 다른 회사 구내식당까지 걸어가서 밥을 먹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도 당당하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20대 여성이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지 주변에서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살면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솔직히 힘들 때가 많습니다. 본부장님도 제가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시고 왜 혼자 먹냐고 물으십니다. 그렇다고 남자 여섯 명 사이에 끼어 밥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6개월 동안 혼자 밥을 먹다 보니 ENFP인 저로서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데, 여기서는 티키타카를 할 사람조차 없습니다.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성격을 조금 바꾸면서 적응해 보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생에게 정말 많이 혼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동기 오빠와 같은 주제로 묶여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를 낼 때마다 함께 혼났습니다. 동기 오빠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 제 말을 거의 듣지 않습니다. 결국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진행된 결과들이 문제가 되었고, 그 책임을 함께 지게 되었습니다.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하루에 두 시간씩 혼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있는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혼납니다. 저는 동기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제가 작성한 보고서를 본인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도 매일 실험을 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기 오빠는 일을 하기 싫어하고 가능한 한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오빠는 박사과정생과 선후배 관계이기도 해서 저보다 훨씬 강하게 욕을 들으며 혼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화를 저에게 풀기도 합니다. 심지어 제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혼날 때도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직접 말하지도 않았으면서, 나중에 보고 나서는 제가 너무 잘 썼다며 “이렇게 썼다면 쓰는 중에 공유했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박사과정생은 5개월 후에 졸업하여 혼나는 일은 앞으로 적어질 수 있지만 랩실에 사람이 없는지라 벌써부터 제가 가스 관리를 맡고 있으며 차차 제게 출장 업무 처리나 회계 쪽을 맡기랴고 하십니다. 이제 2학기차인데 솔직히 버겁습니다. 제가 상의할 사람도, 저를 도와줄 사람도 없는 이 상황에 이걸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연구실에 들어오는 인턴들도 모두 남자이고, 모두 그 동기의 학과 후배들입니다. 군기가 강하게 잡혀 있고, 그 오빠의 말 한마디면 바로 움직입니다. 유일한 여자인 저는 그 안에서 더욱 소외감을 느낍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겨도 결국 동기의 후배들이라 가까워지기 어렵습니다. 괜찮은 인턴들은 대부분 금방 나가 버립니다.

아버지의 커넥션으로 소개받은 지도 박사님도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랩을 보면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챙기고 관심도 많이 가지는 것 같았지만, 저희 지도 박사님은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너무 후회가 됩니다. 들어온 뒤 첫 세 달 동안은 거의 매일 울었습니다. 집에서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도 계속 버티라고만 하십니다. 어머니는 가정주부이셔서 대학원 생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시고, 제가 크게 힘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초반에는 힘든 일을 아버지께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가 그대로 박사님께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버지에게도 더 이상 제 상황을 공유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도 혼자 몰래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제 2학기 중인데, 오늘도 크게 혼난 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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