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험·은행 부문으로 논문을 제출해 입선을 받았다.
기대는 했지만 이게 진짜로 될 줄 몰라서 얼떨떨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남겨두고, 지금 다시 낸다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기에 쓴다. 주제를 어떻게 잡았는지, 얼마나 걸렸는지,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어떤 부분이 빈약한지 등.
| DB보험금융공모전 |
DB보험금융공모전은 DB김준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DB손해보험이 후원하는 금융 분야 논문·기획안 공모전이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았고, 보험/은행, 증권/자산운용, 경제 세 가지 분야 중 선택해서 출품할 수 있다.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서 수상작을 석·박사 과정 연구나 학술지 게재 등 학문적으로 활용하는 걸 장려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출한 논문이나 기획안의 저작권은 모두 학생의 것이다.
수상 특전도 꽤 실질적인데, 장려상 이상이면 DB그룹 입사 시 우대를 받을 수 있고, 재단 석박사 장학 프로그램 지원 자격도 생긴다. 대상팀은 미국 글로벌 금융 탐방까지 갈 수 있다.
입선 상금은 팀당 50만 원이다. 꽤나 작고 소중..ㅎㅎ
| 1. 주제 선정 |
솔직히 주제 정하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에서 논문 쪽으로 잘 알고 계신 교수님을 찾아가 주제 정하는 팁이나 여러 논문들을 참고 자료로 쓰라고 받았다.
주제를 도저히 못 정하겠으면 친한 교수님이나 평소 연구를 열심히 하시는 교수님을 찾아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처음엔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많은 정보와 꿀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와 내 팀원은 학문적으로만 말고 데이터를 활용해서 논문을 써보고 싶었고, 이를 어필하고 우리가 교수님께 받은 꿀팁은 '주제를 정하고 데이터를 찾지 말고, 데이터를 찾고 주제를 정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 정한 주제는 부동산 관련이었는데, 부동산 관련 정보가 진짜진짜 찾기 힘들어서 헤매고 있었다.
교수님과의 면담 후 주제를 과감히 포기하고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Kaggle이라는 사이트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다.
수업에서 듣고 평소 관심 있었던 키워드인 '대안신용평가'와 관련한 데이터를 찾아내었다.
이 데이터는 Mobile Behavioral and Lifestyle Data를 활용해 총 10,000명의 차주에 대해 대출 실행 후 연체 여부를 예측(시뮬레이션) 한 합성 데이터이다.
사실 합성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데이터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아무튼 많고 많은 데이터 중 이 데이터를 보고 주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조금 길 수도 있는데 축약해서 표현해 보자면,
1) 예전에 과제 때문에 논문을 읽던 중 아주 재밌고 흥미가 돋는 논문을 발견했다!
Using Grocery Data for Credit Decisions라는 논문인데, 이 논문은 전통적인 신용 평가와 다르게 식료품 데이터를 활용하면 신용 이력이나 점수가 없는 사회 초년생, 학생, 무직자, 경제활동 비참여자 등의 사람들(Thin-Filer)도 공정하게 신용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연구했다.
이런 식으로 과제 때문에 정리를 하다가 예전부터 대안신용평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 찾아본 데이터에는 많은 대안신용평가 선행연구들 사이에서도 자주 쓰지 않는 변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내가 꽂히게 된 변수는 일일 스크린타임, SNS 사용량, 수면 패턴의 규칙성, 스마트폰 기기 충전 규칙성 등이 있었다.
3) 이 변수들을 보고 '행동 안정성'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었다!
각 변수들을 카테고리 별(디지털 리듬, 생활, 금융 관리)로 묶어 행동 안정성 지표를 만들어 활용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주제가 잡혔다. 대안신용평가라는 큰 틀 안에서, 행동의 규칙성이라는 각도로 씬파일러 문제를 다시 보자는 것.
기존 연구들이 거의 다 "신용 이력이 없으니 데이터를 더 많이 모으면 된다"라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데이터가 있어도 그 신호가 믿을 만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소득은 있는 것 같은데 생활 패턴은 들쭉날쭉한 사람, 고용 상태는 안정적인데 행동은 불규칙한 사람.
이런 사람을 기존 씬파일러 정의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잡은 핵심 프레이밍은 이거였다.
씬파일러 문제는 신용 정보의 양적 부족이 아니라 신용 신호의 질적 신뢰성 문제다. 이 한 문장이 논문 전체의 출발점이 됐다.
주제 확정까지 체감상 2주 정도 걸렸다.
처음 부동산 데이터로 헤매던 시간까지 합치면 더 길고.
돌아보면 교수님 면담 → 데이터 먼저 탐색 → 주제 설정 순서로 간 게 결정적이었다. 샤라웃 투 박 교수님.
주제를 먼저 정하고 데이터를 찾았다면 아마 지금 이 논문은 없었을 것 같다.
3줄 요약 좀. 이라고 말씀하신다면~
|
교수님 면담에서 받은 팁: 주제 먼저 말고, 데이터 먼저 찾기 첫 주제(부동산)는 데이터 한계로 과감히 포기 Kaggle에서 대안신용평가 관련 합성 데이터 발견 데이터 안에 스크린타임, 수면 규칙성 같은 낯선 변수들이 눈에 들어옴 변수들을 종류별로 묶어 '행동 안정성 지표(BSS)'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발전 핵심 프레이밍: 씬파일러 문제 =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신호의 질 |
3줄은 아니지만 요약하자면 이런 과정을 거쳤다.
겨울방학인데도 매일매일 학교에 나갔다...
| 2. 작성 과정 |
주제가 잡히고 나서부터는 빠르게 굴러가는 부분과 막막한 부분이 나누어졌다.
솔직히 빠르게 굴러가는 부분은 지쌤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 ㅎㅎ
막막한 부분은 행동안정성 지표(BSS) 설계였다.
아이디어 자체는 있었는데 막상 만들려니 결정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어떤 변수를 넣고 뺄지, 어떻게 표준화할지, 세 가지 하위 요소의 가중치는 어떻게 줄지.
특히 가중치 문제에서 팀이랑 꽤 오래 논의했다. 결국 동일 가중치로 합산하는 방식을 택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더 정밀한 논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 하라 해도 못할 거 같긴 하다. 지쌤 도와줘
이런 식으로 BSS 지표를 계산할 요소 3가지를 크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디지털 리듬 안정성. 하루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쓰는지, SNS는 얼마나 하는지, 최근에 앱을 얼마나 새로 깔았는지를 가지고 만들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단순히 "많이 쓰냐 적게 쓰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정하게 쓰냐다. 스크린타임이 지나치게 높거나, 앱을 갑자기 많이 깔기 시작하면 불안정하다고 보는 식이다.
두 번째는 생활 리듬 안정성. 수면 패턴이 규칙적인지, 스마트폰 충전을 규칙적으로 하는지.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이런 소소한 습관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게 생활 전반의 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세 번째는 금융 관여 안정성. 금융 앱을 몇 개나 깔아두고 있는지, 전체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중 금융 앱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금융 정보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다르다는 가정이다.
이 세 가지를 각각 표준화한 뒤 동일한 가중치로 합산한 게 최종 BSS다.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이론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임의로 가중치를 주는 것보다 동일 가중치가 오히려 더 정직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각 표준화한 요소별로 피어슨 상관계수를 측정함으로써 다중공선성 발생 가능성을 미리 점검했다.
그 후 방법론은 연체 발생 여부를 설명하기 위해 이항 로지스틱 회귀 모형(binary logistic regression)을 사용하였다.
로지스틱 회귀는 종속변수가 이진 변수인 경우 각 설명변수가 해당 사건이 발생할 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신용 리스크 분석 분야에서도 표준적인 분석 기법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그리고 전통적 신용 신호 기반 모델 vs 행동안정성 지표를 포함한 확장 모델을 비교하여 성능 지표를 결괏값으로 내놓았다.
두 모델의 차이를 Pseudo R2값과 AUC값으로 나타내었는데, 두 모델 모두에서 경제적 완충력(EBC)이 약 -55로 계수가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설명하지 못하고 작성을 끝마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정도 수치의 계수라면 아예 빼버 리거나 다시 지표를 수정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Pseudo R2는 0.23(23%)정도, AUC가 실제로 모델2에서 약 0.08(8%)정도 더 상승하긴 했지만, 이 지표들이 높다고 무조건 그 모델이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들만으로 모델2가 낫다고 적은 것은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지만 어찌저찌 입선을 했다(?)
그리고 행동안정성 분위별로 연체율도 살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깔끔하고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올 리 없는데.. 아마 합성 데이터라서 데이터에 대한 모델이 과적합된 면도 있는 것 같다.
앞에서 설명했던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합성 데이터라서 아쉽다는 점이 이런 부분에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참고한 논문은 국내외 논문 다 합쳐 21개이다.
논문을 찾을 때는 라이너 AI를 잘 활용하였다.
지금 내 논문의 파일을 첨부하고 참고문헌 할 만한 연구들을 찾아달라고 하면 아주 야무지게 찾아다 준다. 내 현재 논문 수준을 평가해 주기도 한다(아주 현실적으로..).
| 3. 입선 후기 |
솔직히 결과 발표가 각 메일로 보내졌다고 카톡이 왔을 때 메일창에 들어가는 게 기대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메일을 확인했을 때 믿기지가 않아서 첫 글자부터 다시 읽었다. 입선이었다.
팀원한테 바로 연락했고, 둘 다 도파민이 최상치였다.
기쁜데 얼떨떨한 그 느낌.
대단한 수상은 아닐 수 있어도, 우리가 고민했던 방향이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게 좋았다.
특히 주제 잡을 때 "이게 맞나?"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고, 다른 대외활동에서 실패를 겪었던 터라, 나에 대한 의심과 결과에 대한 불안이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주제 정하는 데 시간을 좀 써서 마지막에 며칠 내내 우당탕탕 하면서 써서 더 불안했던 거 같다.
그래도 겨울방학에 매일 학교 나가면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달까.
막상 다 써놓고 보니, 아쉬운 점이 이렇게 많은데 입선이라니 운이 좋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 고찰들이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 같으니까, 기록해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인터뷰 -00 님
https://blog.naver.com/sihyeun1224/22428752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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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느
와 수상하실만햇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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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텅
헉 자세한 꿀팁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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푠표표
데이터 먼저 찾는게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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