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나의 반년을 통째로 갈아 넣어 참여했던 건축구조경진대회 후기이다.
건축구조경진대회는 건축구조 기술의 발전과 미래의 구조 전문가 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개최된 대회이다.
내가 이 대회를 알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졸업전시에서 선배들의 졸업작품을 보다가 작품들에 상금이 적힌 상패들이 놓인 것을 보았다.
건축구조경진대회에서 탄 상이었다.
건축구조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같이 있던 친구에게 우리도 나중에 저 공모전에 나가서
꼭 상을 타자고 다짐했었다.
그 후 4학년이 되었고, 학부 과정 중 졸업설계 과목에서 만든 졸업 작품을 가지고
경진대회에 출품한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건축 구조 설계반에 들어갔고, 어찌 보면 3월부터 경진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건물, 하고 싶은 주제 등을 발표하며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
한 3주 정도를 그렇게 진행하다가, 2명씩 팀을 꾸렸다.
이때 같은 팀원이 된 친구는 위에서 말했던 같이 대회에 나가자고 다짐한 친구였다.
우리는 예전 대회 수상작들을 보면서 아주 특별한 주제여야만 높은 등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현실적이지 않은 주제들을 논리 없이 선택해서 진행했다.
교수님께서 교직 인생 이런 황당한 주제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당연하게도, 많은 철회를 당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수업을 듣는 팀 중 가장 진도가 느린 팀이 되었고,
그만하면 다행이었겠지만, 주제를 잡지 못해 5월이 될 때까지 시작도 못했다.
그땐 정말 걱정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앞으로의 날들이 막막했다.
심지어 같이 하는 친구는 진지하게 휴학을 고민할 정도였다.
하도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왔던 적당한 주제들에서 두 가지를 조합해 진행하기로 했고,
그때 생각했던 것이 하천 위 장경간(기둥 없이 긴 길이를 가진) 구조물의 설계였다.
9주차 발표 중 일부
10주차 발표 중 일부
나름 주제가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느꼈던 것도 잠시, 애초에 특별한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진도가 막혔고, 주제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생각했다.
1. 제한된 지형 조건(하천 위, 절벽, 도로 위)으로 인해 구조물에 제약조건(대공간 구조물, 장경간 구조물)이
생기는 것은 합리적이다.
2. 대신 왜 그 지형 조건에 건물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필요하다.
3. 또한 이렇게 짓게 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텐데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가지고도 꼭 지어야 하는 용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도출해낸 주제가 최종 주제가 된 하천 위 물류센터였다. 근데 이제 오프라인 매장을 곁들인.
여기에 장경간과 대공간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시스템으로 케이블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때부터 교수님께서도 진행해 보자고 하셨고,
한번 주제가 정해지니 이후 컨셉, 매스 모델링, 구조시스템, 구조해석, 부재 상세 등은
빠르게 진행해 갈 수 있었다.
이후 과정은 피곤했을 뿐 꽤 즐거웠다.
그러니, 시간은 흐르는데 아무것도 못한 것 같아 걱정될 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괜찮은 주제를 천천히 정해도 괜찮다.
이후 과정은 시간만 투자하면 알아서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있다.
또 현실가능성이란 벽에 치여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못했더라도 그 안에서 진행하면서
구조시스템에서 특별함을 보여줘도 괜찮다.
나도 주제는 평범하지만 나름 특별한 구조시스템을 이용했기에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건축'구조'경진대회인 것을 잊지 말자.
1학기를 마치며 중간 판넬 마감.
경진대회는 9월 말에 치러졌다.
1학기 중간 마감 이후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8-9월 동안은 작업에 매진했다.
기존의 직각의 매스 디자인을 부드러운 매스 모양으로 변경
미친 듯이 시간을 쏟아 포토샵, 일러, 인디자인, 라이노, 엔스케이프 등등 툴을 배우는 것과 동시에 작업을 했다.
판넬을 만들 때에는 인디자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용량을 줄인 채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다.
구조해석은 마이다스를 이용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종 판넬을 제작했다.
page. 1
page. 2
드디어 경진대회 날이 다가왔다.
대회 장소는 광운대학교였는데 직접 판넬을 들고 가서 제출하고 예비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때 판넬과 발표ppt를 담은 usb도 함께 들고 갔다.
예비 심사 접수 후
다행히 예비 심사에 합격했고, 본 심사에서 대면 발표를 했다.
이때 주제에 대한 내용은 빠르게 지나가고, 어떤 구조시스템을 어떻게 도출하였고 적용하였는지에
집중해서 발표를 했다.
이후 약 5분 정도 심사위원분들의 질문 시간이 있다.
심사위원 분들은 특별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합리적이고
특별한 부분이 있어야 좋은 점수를 주시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약 1-2시간이 지나 심사가 완료되었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국토교통부 장관상(대상)이었다...!!!
어느새 나의 졸업전시에도 다짐했던 상패가 걸렸다.
진짜 그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약 6개월간의 노력과 고통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막상 끝나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엔 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되었다.
같은 설계반 친구들과 매주 같이 밥먹고, 밤을 새면서 많은 추억들이 쌓였다.
생일날 설계실에서
반년 동안의 경험에서 매주 발표, 크리틱, 피드백하는 과정과 계속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성장이 있었다.
이제 웬만한 발표에서는 잘 떨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본선 발표에서조차 교수님 앞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덜 떨리더라.
또 만약 따로 건축구조경진대회를 준비하더라도, 사회 혹은 구조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건축학과, 건축공학과 학생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다시 보며 정리하다 보니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한편으로 건축구조경진대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글을 두서없이 쓴 것 같아 아쉽다.
아무튼 나의 졸업설계, 공모전은, 힘들었지만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지금은 대학원생이 되어 또 다른 고난과 싸우고 있다..ㅎ
앞으로의 고난들도 잘 이겨내서 성취감으로 바뀔 수 있길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나의 소중한 렌더링 이미지들이다.
인터뷰 - haneengineer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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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링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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