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알바 후기 (진짜 솔직하게 / 쓰다보니 좀 길어요)

전단지 알바… 결론부터 말하면 하지 마라, 입니다.

보통 전단지 알바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저도 한 번밖에 안 해봤지만) 전단지 알바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제가 했던 아파트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는(…) 쪽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외면과 쪽팔림을 견뎌야 하고 계절에 따라 엄청 춥거나 덥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굳이 고르라면 후자가 더 낫긴 합니다 (하지만 하지 마세요)

전단지 알바 하기 전에는 저도 아니 우리집 문앞에 왜 자꾸 이런 거 붙여두는 거야… 했는데, 한 번 하고 나니까 좀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거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원래는 부착하면 안 될 걸요?)

처음 전단지를 한 이백 장 정도 받아들고 나면 가게에서 지정해준 구역으로 갑니다. 제가 갔던 곳은 당일 알바 한 6-7명을 고용해놓고 일대를 섹션으로 나누어서 알바를 배치했습니다. 생각보다 체계적이죠…? 참…

일단 아파트면 해당 동에 출입하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요즘은 보안때문에 쉽게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주민이 나갔다 들어가는 그 타이밍을 계속 기다리거나 아니면 경비실에 전화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해야 합니다. 아파트 주민인 척 하면서요… 이때 진짜 양심에 찔립니다. 정직한 분들은 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몸이 힘든 것보다도 이런 부분때문에 다시는 전단지 알바 안 해요)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제일 윗층으로 올라가서 윗층 집을 시작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전단지를 부착합니다. (이때 전단지는 꼭 손잡이, 문고리, 혹은 도어락이 있는 자리에 부착하라고 시킵니다. 그 부분은 집으로 들어가려면 필연적으로 전단지를 보고, 떼야 하는 지점이거든요)

이 과정은 아주 쉬워 보이겠지만… 아닙니다. 손에 전단지를 가득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오는 주민을 마주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보통은 쫓겨나거나 민망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센서등이 켜지 층에는 내려가지도 못하고 인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가서 다시 전단지를 부착해야 합니다. 고작 전단지 붙이는 건데 긴장감은 007입니다…

그런 식으로 아파트를 모조리 훑습니다. 이때 정말 체력적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절대 인원을 넉넉하게 배치하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하나를 그냥 혼자서 담당해야 합니다. 저 할 때는 거진 7-8동을 혼자서 다 돌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계단을 내려가는 일이라고 해도 힘이 듭니다. 그리고 계속 안 들키려고 긴장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전단지를 다시 다 돌리고 오면 정산을 해주는데… 이 부분이 가장 문제입니다. 전단지 알바는 시급이 아닙니다. 똑같이 200장을 받아도 구역이 적거나 해서 2시간만에 끝난 사람이나 4시간을 빙빙 돈 사람이나 받는 돈은 똑같습니다. 절대 그 돈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 돈을 받고 내려오는 길이면 ‘다시는 이 짓거리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돈이 너무 급해서 전단지 알바를 할 바에는 예식장 알바를 하세요.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좀 힘들겠지만… 예식장 알바는 어땠거나 실내고 무엇보다 돈으로 보상이 됩니다. 하루 빡세게 일하면 거진 10만원이니까… 물론 경험자로서 예식장 알바도 추천하진 않습니다만 잘 맞아서 자주 하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확실한 건 떨면서 적게 받고 전단지 돌릴 바에야 실내에서 접시 나르면서 10만원 받는 게 낫다는 겁니다.

쓰다보니까 재미있어서 엄청 길게 썼네요… 다음엔 심심해지면 예식장 알바 후기도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