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공계 전공별 핵심

4. 위기의 ESS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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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기의 ESS산업


 밤에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면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주파수가 높아지면서 전기의 질이 나빠진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하여 심야 전기를 전지에 충전하여 보관한다. 이것이 고전적인 의미의 ESS(Energy Storage System)이다. 발전소에는 납축전지로 되어 있는 ESS가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하여 전기를 생산하므로 전기의 질이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단주기 전지를 필요로 한다. 단주기 전지에는 고출력 충·방전이 가능한 고성능 전지를 사용한다. 또, 태양광은 밤에는 전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주간에 생산한 전기를 전지에 충전하여 보관하는데 이것이 장주기 전지이다. 일반적으로 장주기 전지를 ESS라고 한다. 물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납축전지 수준의 평범한 전지면 된다.


 ESS는 냉장고 크기의 ESS box부터 utility에 사용하는 초대형 전지까지 다양한 규모의 전지가 있다. 소형 ESS에는 리튬 이온 전지와 같은 일반적인 전지가 사용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NAS(Na-S) 전지, 흐름 전지(Flow battery)와 같은 초대형 전지가 경쟁력이 있다. ESS는 납축전지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므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전기자동차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저가 시장이라는 것이 ESS의 본질이다.


 삼성 SDI는 2008년 독일의 Bosch와 SBL이라는 전지 회사를 만든다. 자동차용 전지의 생산은 물론이고 개발도 삼성 SDI에서 SBL로 이전되었다. 삼성 SDI는 중대형 전지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vehicle 외의 시장을 발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시장이 ESS이다. 삼성 SDI는 ESS산업의 기획을 통하여 저급 시장인 ESS를 전기자동차용 전지 수준의 고급 시장으로 만들었다. LG화학은 시장 선점을 위하여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전기자동차용 전지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LG화학은 삼성SDI가 만든 ESS시장에 동참하면서 ESS시장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출처 : 삼성SDI 홈페이지]



 ESS는 한국 전지산업계가 새롭게 만든 시장이다. ESS의 재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ESS 시장의 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Major 자동차 업체는 10~15년 사용한 전기자동차에서 수거한 전지를 ESS에 재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ESS는 가격 경쟁에 몰리고 있다. 2017년부터 국내 ESS에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화재는 가격 경쟁에 몰린 ESS 산업계와 연계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ESS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태양광의 열풍을 타고 1,490개의 ESS가 국내에 건설되었다. 이 중에서 23개소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22개소는 화재의 위험으로 가동을 중지했다. ESS 화재는 전지 역사상 가장 빈도가 높은 화재 사고라고 할 수 있다. ESS 화재 사고가 심각해지자 2019년 정부는 ESS 공급을 중지하고 민관합동 조사반을 구성하여 원인 조사 및 대책을 강구했다.

 2019년 6월 11일 민관합동 조사반은 5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결함이 일부 발견되었으나 배터리 문제는 아니고 주변 기기와 설치, 관리 문제로 결론을 낸다. 추후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애매한 말도 했다.


 지속적으로 전지의 발화·폭발 사고가 나는 것을 필드 사고(field incident)라고 한다. 필드 사고 원인은 대부분 전지 설계·소재와 관련이 있다. LG화학과 삼성SDI의 ESS에는 NCM전지를 사용한다. ESS 요구 조건에 맞게 전지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전지로 만든 전지를 그대로 사용한다. 대용량 ESS에 고성능 전지인 전기자동차 전지를 사용한 것이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인지도 모른다.

 카메라에 포착된 화재 현장을 보면 전지에서 불이 나자 소화기가 작동했는데 불이 꺼지지 않고 크게 번졌다. 이것은 리튬 이온 전지에 맞는 특수 D타입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소화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 화재에는 A타입을 사용한다. 기름 관련 화재는 B타입, 전기 관련 화재는 C타입의 소화기가 위력을 발휘한다. 금속 관련 화재는 악성 화재이다. 여기에는 금속 염으로 되어 있는 D타입의 특수 소화기가 동원된다. 리튬은 금속 염과 반응하기 때문에 D타입 소화기로 진화할 수 없다. 1970년대 미국 해군에서는 리튬 관련 화재를 진화하기 위하여 동 분말로 되어 있는 특수 D타입 소화기를 개발한다. 일반 소화기의 5배 이상의 고가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ESS화재로 고전하자 중국의 BYD와 CATL이 안전성이 우수한 전지인 LFP전지로 국내 ESS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자동차가 LFP전지에서 NCM전지로 교체되자, LFP전지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생겼다. 중국의 CATL과 BYD는 LFP전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하여 한국의 ESS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BASF도 일본의 NAS전지로 한국의 ESS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전지산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는 다양성 부족이다. 국내 전지 업체는 NCM전지 위주로 되어 있다. NAS전지는 물론이고 LFP전지도 만들지 않는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업체들은 한국의 이런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전지산업계는 지금부터라도 전지의 다양성 향상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엔지닉의 요약정리!]


■ ESS란?

 → 주간에 생산한 전기를 전지에 충전하여 보관하는 장주기 전지


■ ESS산업의 기획을 통하여 저급 시장인 ESS를 전기자동차용 전지 수준의 고급 시장으로 만든 삼성SDI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ESS시장에 동참한 LG화학

 ▶▶ ESS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낸 한국 전지산업계


■ 2017년부터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국내 ESS화재 사고

 → 필드 사고의 대부분 '전지 설계·소재'와 연관되어 일어남

 → 어쩌면 대용량 ESS에 고성능 전지인 전기자동차 전지를 사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음

 → NCM전지 위주의 한국 전지 산업계에 전지의 다양성 향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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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엔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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